제주 올레 8코스(월평마을 – 대평포구)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제주 올레 8코스(월평마을 – 대평포구)

백재선 / 전임기자

서귀포에서 600번 리무진 버스를 타고 월평마을에서 내렸다. 8코스 시작점을 찾지 못해 동네 아저씨한테 물어보고서야 8코스 출발 지점을 찾아 스탬프를 찍었다.

 

 




8코스 초입 길은 민가로 들어가면서 감귤 농장이 양쪽으로 깔려 있다. 귤 농장에서 홀로 선과 작업을 하는 주인아저씨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귤을 먹고 가라면서 한 움큼의 귤을 줬다.

 

 




아저씨는 인건비가 비싸 사람들을 고용하지 못하고 혼자서 농장 일을 한다면서 우리에게 감귤 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길을 나서려고 하니 배낭에 다시 귤을 담아 주니 올레길 내내 귤을 먹을 수 있었다.

 

길 양쪽 귤밭을 끼고 걷다 보니 건물 여러 채가 어우러진 근사한 리조트가 나왔다. 리조트 뜰 안에는 멋진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어 마치 해안가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리조트를 빠져나오니 바로 대형 목조 기와 건물인 약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사찰 높이가 29m나 달해 가까이서 휴대폰으로 전체를 찍기가 힘들었다. 대적광전은 단일 사찰로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사찰 낙성이 1996년도에 이뤄져 연차는 짧았다. 주불인 비로자나불은 높이 4.8m, 너비 3.4m로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좌불이라고 한다.

 

 




사찰을 빠져나와 다시 올레길을 결으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해안가 가까이 귤밭이 연결되어 있었다. 길가에는 야자수 나무가 큰 키를 자랑하고 서 있어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올레길 옆에는 노란 들꽃들이 계절을 잊은 채 피어나 도보객들을 반겨 주었다.

 

 

 

 

 

뒤를 돌아보니 산안개가 깔린 한라산이 길게 펼쳐져 보였다. 한라산 능선 자태는 제주도 설화의 주인공인 설문대할망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어느 책자에서 봤는데 그 말이 얼추 맞는 듯했다.

 

 




해안으로 접어드니 자갈과 작은 바위로 메꾼 올레길이 나왔다. 해병대 대원들이 새로 조성한 길이다. 해안가에는 크지 않고 형체를 달리 설명하기 어려운 검은 바위들이 해변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바닷길을 걷다 보니 아담한 대포 포구가 나왔다. 축구장을 지나 공원길이 나오고 바닷가에 조그만 크기의 주상절리가 있었다. 길가에서 바로 주상절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주상절리를 보고 언덕길로 오르니 광장이 나왔다. 주상절리 공원 주차장이었다. 해안가 절벽을 이루는 주상절리를 보려면 입장료를 내고 바닷가로 내려가야 했다.

 

  




우리 일행은 이미 작은 주상절리를 본 터라 공원에 들어가지 않고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제주 컨벤션 센터 건물이 보였다.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서귀포 지역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공원들은 대부분 바다 근처에 풍경이 뛰어난 곳에 조성되어 있다. 육지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천혜의 혜택을 제주도민들은 누리고 있는 셈이다.

 

  




큰 길이 나와 도로를 건너가니 베릿내 오름을 올라가거나 오르지 않고 중문천을 건너는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아직도 올레길이 많이 남아 있어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한참 계단 길로 내려가니 바다로 흐르는 중문천을 만났다.

 

  




중문천은 서귀포 7코스의 속골처럼 계곡이 깊어 보였다. 다리를 건너 언덕길로 내려가니 요트 선착장과 식당이 있는 『퍼시픽 랜드 마린 스테이지』라는 간판이 보였다. 선착장에 있는 요트들은 대체로 크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퍼시픽 랜드 앞에서 나무 계단을 오르니 대형 주차장이 나왔고 주차장 옆에서 야외 마켓이 열려 운영 중이었다.

 

 




간단한 요기를 위해 주차장 뒤쪽에 편의점에 가니 『중문색달해수욕장』을 볼 수 있었다. 도시락 점심을 먹고 해수욕장으로 연결된 올레길에 들어서니 해변에 서퍼들이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늦가을이지만 주말인데다 날씨가 더워 많은 서퍼들이 몰려온 것 같다. 대부분 젊은이이었고 여성 서퍼들도 보였다. 푸른 바다에 매달려 몸을 맡기는 젊은이들이 내심 부러웠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걷다 보니 모래에 부딪히는 마찰로 인해 평지보다 걷기가 불편했다. 모래사장을 벗어나니 해변으로 숲속 길이 나왔다. 가는 길 오른쪽으로 신라호텔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다. 숲속 길로 나오니 더쇼어호텔 리조트였다. 리조트에 갈대로 조성된 해변 길을 따라 쭉 갔으나 바닷가로 난 올레길이 폐쇄되었다는 안내판이 나왔다.

 

 




해병대원들이 어렵게 조성한 길인데 낙석 위험 때문에 폐쇄된 것이다. 멀리 중문 골프장도 보였지만 해변 길로 내려가지 못해 아쉬웠다. 리조트를 빠져나와 우리는 큰 도로를 따라 중문 단지를 본격적으로 우회해야 했다.


중문 단지에 입주한 고급 호텔은 멋져 보이지만 대로변 올레길은 운행 차량이 많은 데다 딱딱한 돌길을 걷다 보니 피로감이 금방 몰려왔다. 흙길이 포장도로나 돌길보다 걷기에 편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중문 단지 내 거리를 걷고 나니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걸으니 걷기가 수월해졌다. 도로에서 벗어나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이 나왔다. 용천수가 흐르는데 가물어도 수량이 줄지 않아 큰물을 이룬다고 해서 대왕수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또한 예래생태공원은 국내 최초로 반딧불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공원 중앙에는 개천물이 흐르고 주변은 나무와 숲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공원은 낮은 구릉지대이지만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어 평온한 느낌을 줬다. 공원 쉼터에서 배낭을 풀고 잠시 누웠다. 넓은 공원에 우리 일행만 있어 마치 공원 주인이 된 것처럼 뿌듯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바다 쪽으로 가다 보니 오른쪽에 여러 건물이 흩어져 있는 대규모 리조트 단지가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단지 안 건물 유리창은 깨져 있거나 외벽이 부서져 있었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려 23만평 규모에 추진 중인 『제주에어레스트시티』 곶자왈 빌리지 단지 공사 현장이었다.

 

2015년부터 공사가 중단되어 시멘트 건물들이 마치 흉물처럼 서 있었다. 하천생태공원과 청정바다 옆에 대규모 흉물 단지가 이렇게 방치된 것을 보니 씁쓰레하기만 했다.

 

해변 도로 길로 나오니 논짓물이라는 올레길 간새 안내판이 들어서 있다. 논짓물은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논에서 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모인 곳이다. 용천수가 바닷물과 만나는 곳에 남탕․여탕과 함께 대규모 풀장이 조성되어 있어 여름에 물놀이장으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논짓물 언덕에는 있는 경작지가 조성되어 있다. 논은 볼 수 없고 언덕배기 한쪽에는 무밭이 있어 싱싱한 무가 자라고 있었다. 무밭 너머 위로는 군산 오름이 우뚝 서 있다. 동서로 길게 누운 군산 오름은 해안지역 포구 마을들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니 아담한 하예포구가 나왔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서쪽 바다에 노을이 들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니 멀리 주상절리 절벽을 배경으로 붉은 등대와 포구가 보였다. 6코스의 마지막 종점인 대평포구이다.

 

 




대평포구 입구에는 이색적으로 유럽식 하얀 석조 건물의 이탈리아 식당이 들어서 있다. 한적한 포구 건물에 이런 멋진 건물이 들어서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우리 일행은 마침내 8코스 종점에 도달해 완주 스탬프를 찍었다.

 

제주 올레 8코스는 귤밭, 해변 숲속 길과 모래사장, 오름, 생태공원, 하천 구간 등 다양한 지형을 걸을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중문 단지 내 호텔, 골프장 등 인공으로 지은 위락시설만 주로 있는 줄 알았으나 이번 올레길에서 색달해수욕장, 예래생태공원, 베릿내 오름, 중문천 등 서귀포의 자연 명소를 걸어서 두루두루 볼 수 있었다.

 

 




대형 자본이 중문 단지에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를 잘 지어 관광객들은 잘 이용하고 있지만 예례생태단지에 짓다 말고 버려진 시멘트 폐허 시설들을 보고 나니 더 이상 무분별한 개발은 없었으면 좋겠다.

 

제주의 가치는 대형 개발을 통해 관광객들에 대한 편의를 증대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제주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고 그 고마움을 느끼는 데 있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2019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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