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 3 – 메콩강 골든트라이앵글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태국 여행 3 – 메콩강 골든트라이앵글

백재선 / 전임기자

태국 여행 마지막 날 찾아간 곳은 태국‧라오스‧미얀마가 메콩강을 경계로 만나는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이다. 메콩강 선착장에서 우리 일행은 유람선을 올라탔다. 강물은 탁했지만, 유람선을 타니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잠시 더위가 가셨다.

 

 

 

 

 

배가 북쪽으로 향하면서 왼쪽은 미얀마, 오른쪽은 라오스 지역이다. 상류로 더 가면 중국과 연결된다.

 

 

 

 

 

라오스 강변 쪽은 대형 위락 시설 건물들이 보였다. 중국 사람들이 땅을 임차해 지은 대형 카지노와 호텔들이다. 주변에는 아직 건설 중인 건물들도 여러 채 있었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했을 때 마약 유통의 거점이자 기지였는데 이제는 오락 시설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태국은 아직 이 지역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라오스와 미얀마는 경쟁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관광객들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아직도 비밀리에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메콩강 트라이앵글 지역은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약 밀매 지역이었다. 동남아 마약왕 쿤사가 활동했던 무대이기도 하다.

 

  

 

 

 

인근 산악지역에서 재배한 양귀비로 가공된 아편 생산은 연간 수천 톤에 달해 중국‧타이‧버마가 마약 판매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마약 전쟁에는 국경 지역 군벌은 물론 정부도 관여하기도 했다. 산악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은 양귀비를 주로 재배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오는 도로에서 보면 과거에 양귀비를 재배했던 산악지대에 양귀비가 뽑혀 맨땅이 드러난 민둥산을 여기저기 볼 수 있다.

 

 

 

 

 

국경 지역 산악지대에서 재배된 양귀비는 아편으로 가공되어 메콩강을 통해, 또는 육로나 항공을 통해 동남아 지역은 물론 세계를 대상으로 유통되었다.


일전에 『국경일기』라는 책을 보니 태국 북부지역과 메콩 트라이앵글 지역이 마약 유통의 거점이 된 데에는 미국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게 되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CIA는 버마 국경에서 국민당 잔당이 생산한 아편을 비밀스레 에어 아메리카 항공편으로 치앙마이를 걸쳐 방콕까지 실어주면서 전비를 챙겼다고 한다.

 

 

 

 

 

태국 북부지역에서는 태국 왕가와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 양귀비 재배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푸미폰 국왕의 어머니인 스리나가린드라 왕비의 마약 퇴치 운동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왕비는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 북부 고산지역에서 직접 거주하면서 원주민들과 같이 생활하고 설득에 나섰다. 그녀의 노력에 힘입어 원주민들은 양귀비를 재배하는 대신 커피나무나 녹차와 원예작물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거나 수공예품들을 생산하여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선착장에 내려서 전망대에 올라 도도히 흐르는 메콩강을 내다봤다. 메콩강은 중국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라오스‧태국‧베트남 일대로 흐르면서 이들 지역에 비옥한 전답을 만들어주고 식수를 제공해 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왔다.

 

  

 

 

 

힘 있는 사람들이 메콩강 일대를 한때 마약 밀매의 유통 경로로, 최근에는 카지노 산업의 메카로 활용하고 있지만, 메콩강은 보통 사람들에게 여전히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생명줄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지 가이드 말에 따르면 중국 상류 지역에서 여러 수력발전소 댐 건설 여파로 인해 메콩강 수위가 매년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수위가 낮아지면 메콩강에서 고기잡이도 힘들어지고 하류 지역에서는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사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우리 일행은 메콩강 구경을 마치고 치앙마이로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싱하 파크로 갔다. 싱하 파크는 백만평 규모의 넓이에 차와 꽃과 과일나무를 재배하고 동물원을 운영하는 태국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싱하 파크에 위치한 부 비롬 레스토랑 전망대에서 일대를 보니 강을 사이에 두고 초록색 일색이었다. 간간이 꽃나무들이 보이지만 초록색 차밭이 끝없이 조성되어 있었다.

 

 

 

 

차밭은 언덕배기에 위치한 제주도의 오설록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어 이 지역이 산악지대에 둘러싸인 지형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어주었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등 태국 북부 산악지역은 인접 국가들과 분쟁으로 인해 늘 불안이 가시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너무 평온하고 평화스럽기만 했다.


치앙마이‧치앙라이 인근 고산지역에는 카렌족‧아카족‧몽족‧리수족‧야오족 등 여러 소수 민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 소수민족은 산악지대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면서 소규모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국경을 넘어온 소수 민족들은 국적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경계인으로 여전히 배회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동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여전히 고집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치앙라이 일대 북부지역 주민들 가운데 3분 1 정도가 태국 시민권을 보유하지 않은 무국적자라고 한다. 산에서 내려온 소수 민족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허드레 한 일을 하거나 수공예품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태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이라 차별을 받는 데다 무국적자라고 또 다른 차별을 받는 셈이다.

 

   

 

 

 

문명에 기대어 갈수록 편리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고유 생활방식만을 고집하는 이들을 미개한 종족이라고 비하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의 오랜 유산을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을 나름대로 존중해 주고 또한 정부의 동화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태국 북부지역 소수 민족들은 이전에 잦은 영토 분쟁으로 인해 쉽게 국경을 넘나들었고 비교적 안전한 산악지대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해온 터라 국경이나 국적은 그들에게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태국 북부지역 여행은 남부지역 여행과는 달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다. 일전에 방콕‧파티야 등 남부 지역 여행은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편의 시설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즐겼던 여행인 것 같은데 북부지역 여행은 그렇지 못했다.

 

   

 

 

 

방콕 주변을 여행할 때 도로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산업 시설이 풍부해 뭔가 활기를 띤 느낌이었지만 이번 북부지역 여행에는 도로 등 인프라 기반 시설이 미비하고 산업 시설은 전혀 없어 한적하기만 했다.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자연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이끌 수 있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이를 이유로 정부가 기본 인프라 시설 구축을 미루거나 현지 주민들의 생활 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다른 차원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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