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연변 여행 3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백두산과 연변 여행 3

백재선 / 전임기자

2023년 9월 14일 북파에서 천지에 오르다.

 

 




호텔에서 10분 정도 버스를 타자 이도백하 북파 관광안내센터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북파 관광센터에는 중국 관광객들로 시끌시끌했다. 북파 안내센터는 중국인들에게 장백산 관광이 시작되는 기지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북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길을 썼다.

 

 

 

 

 

중국 정부는 1958년 백두산 천문봉에 기상대를 설치하고, 백두산 일대 21만㏊를 자연보호구와 국제생물보호구로 설정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전에는 백두산과 장백산을 혼용해서 사용했으나 1998년 중국 중앙정부는 「중국 장백산」이라는 명칭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종전에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가 행사했던 백두산 관할권도 2005년부터 길림성 정부 직속의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로 이관되었다.

 

천문봉 기상대가 위치한 북파 산문으로 가기 위해 먼저 대형 버스를 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버스는 숲의 바다를 뚫고 도로를 달렸다.

 

 

 

 

 

30여 분이 지나자 버스는 환승 정류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소형 마이크 버스로 갈아탔다. 소형 버스는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 본격적으로 비탈길로 들어섰다.

 

나무가 없는 광활한 고원지대에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 소형 버스들은 관광객을 싣고 양방향으로 부지런히 달렸다. 버스가 고원지대로 점차 올라가자 구름이 아래에 깔려 있었다. 하늘 아래 광활한 만주 지역 산림과 벌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형 버스는 15분 만에 북파 산문인 천문봉 기상대 정류장에 도착했다. 많은 관광객이 천지를 보기 위해 줄을 지어 계단 길을 오르고 있었다. 어제 서파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북파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고 버스에서 내린 다음 천지까지 금방 걸어 오를 수 있어서 관광객이 많았다.

 

 

 

 

 

북파 천지 직관 경로는 A ․ B ․ C 3코스로 나뉜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천문봉 옆에 있고 천문봉 아래 천지 물이 빠져나가는 달문과 가깝다. 이전에는 장백폭포 아래에서 달문을 거쳐 천지까지 걸어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으나 지금은 폐쇄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을 따라 A 코스로 올라가니 절벽 암석 사이로 천지가 보였다. 천지 전체를 조망할 수 없지만, 하늘이 맑아 천지 수면은 어제보다 더 파랗고 수면 위에는 구름과 천지 영봉들이 반사되어 빛났다. 이따금 찬란한 햇빛에 반사되는 수면은 파란색 하늘과 어울려 영롱하기만 했다.

 

 

 

 

 

가파른 낭떠러지 때문에 봉우리 아래는 아예 볼 수 없었다. 서파와 달리 북파 쪽은 가파른 낭떠러지이어서 천지로 내려가기 힘들 것 같았다. 천지가 잘 보이는 지역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길게 줄 서 있어 접근조차 힘들었다.

 

 

 

 

 

북파 쪽은 서파와 비교해 접근성이 좋아 쉽게 오를 수 있으나 천지 조망을 놓고 볼 때는 평평하고 확 트인 서파가 북파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뷰 포인트에서 다소 벗어난 지점에서 천지를 보는데 확 트인 맛이 없어 B 코스로 걸어갔다. B 코스 전망 지점은 A 코스보다 전망이 트여있고 북한 지역도 잘 보였다. 북쪽 장군봉 인근 동파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길도 희미하게 보였다.

 

 

 

 

 

천지 파란색 물은 날씨가 청명해서인지 어제 서파 쪽에서 본 푸른색보다 훨씬 짙어 보였다. 짙은 색깔 때문에 심연을 알 수 없어 더욱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감상하는 시간도 잠시뿐이었다. 사람들이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계속 밀려와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B 코스와 다소 떨어진 C 코스로 가볼까 하고 여유 시간을 확인해 보니 단체 집합 시간이 촉박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천지와는 이별이구나 생각이 들자 너무 아쉬워 천지를 한참 보고서야 내려갔다. 다시 천지를 볼 수 있게 되면 중국 땅이 아니라 우리 땅 북한 지역 동파 쪽이었으면 좋겠다. 그때에는 천지 16개 봉우리를 하나하나 올라가면서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생전에 그것이 가능할까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너무 서글펐다.


 

 

 

 

아쉬움만 잔뜩 안고 버스 환승센터로 내려왔다. 버스를 갈아타고 간 곳은 장백폭포다. 멀리 백두산 봉우리에서 갈라진 협곡들이 보이고 협곡 사이로 거대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천지 물은 중국령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 달문에서 흘러나와 1,250m의 승사하(昇嗣河)를 달린다.

 

  

 

 

 

달문 전경


협곡 사이 벼랑에 이르러 수직 직하의 폭포수로 낙하한 것이 장백폭포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백두산 천지 물은 이도백하를 거쳐 송화강의 원류가 되어 중국 동북부의 광활한 대지를 관통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폭포가 잘 보이는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갔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옆 물가에는 뽀글뽀글 소리가 들리고 누런 유황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었다. 백두산 지하에서 마그마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장백폭포 전망대에 이르니 거리가 꽤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포 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멀리서 봐도 폭포의 위엄이 느껴지는데 가까이서 보면 68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굉음을 이뤄 그야말로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장백폭포는 해발고도 2,100m에 있지만, 경사가 급한 데다 유속이 빨라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이전에는 돌담길을 걸어서 장백폭포를 거쳐 천지 달문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먼 거리에서 그저 바라보는 데 만족해야 한다.


좀 더 가까이서 장백폭포를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은 채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갔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보는 산 아래 풍경은 다채로운 색의 조화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백두산 고원이 양쪽으로 갈라진 사이로 장백폭포에 흘러내린 물이 내를 이루고 있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 산악지대 숲은 높은 지역에서 갈색과 노란색 단풍이 들었지만, 아래쪽에는 녹색 그대로였다. 9월 중순이지만 고산 지대에서 이미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장백폭포에서 다음으로 간 곳은 녹연담이다. 높이 26m의 바위에서 세 줄기의 물이 폭포수로 흐르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닥에 아담한 연못이 형성되었다.

 

 




녹연담은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폭포수와 함께 주변 숲과 바위 등과 어울려 풍광이 뛰어났다.


주변의 나무와 절벽이 깨끗한 연못 물에 반사되어 청록색 빛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 풍경을 감상할 여유 없이 인증 사진만 찍고 급히 이동해야 했다.

 

 


 

 

백두산 마지막 일정으로 북파 풍경구 관광센터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백두산 비행』이라는 4D 영화를 관람했다. 첨단 기술을 통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눈으로 백두산의 사계절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백두산 이야기는 10분에 그치고 나머지 20분에는 중국의 명승지 풍경과 중국 우주선 비행 체험 내용이어서 실망스러웠다.


물론 한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겠지만 몇 년 전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관광센터에서 봤던 영화는 협곡 탐방의 역사, 협곡의 지형 형성, 협곡 내 동식물 등 오로지 그랜드 캐니언에 관한 것만을 상세하게 소개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영화 타이틀과 달리 백두산 소개는 일부에 그쳐 30달러의 관람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관람 후 북파풍경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내일 귀국을 위해 연길로 바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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