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6코스(쇠소꺽-제주올레여행자센터)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제주 올레 6코스(쇠소꺽-제주올레여행자센터)

백재선 / 전임기자

숙소인 서귀포 제주올레스테이에서 짐을 풀자마자 201번 시내버스를 타고 6코스 시작점 근처인 하리 1리로 갔다. 버스 정류장에서 다리를 건너 해안가로 가는 길에는 비교적 큰 폭의 효돈천이 있다. 효돈천은 한라산에서 시작하여 쇠소깍을 만들고 바다로 흐른다.

 

 




효돈천 바닥은 오래전 화산 활동의 영향으로 형성된 현무암 바위들이 물에 씻겨 검은색이 아닌 회색을 띠고 있었다. 효돈천 도로 위 감귤나무에는 주먹만 한 귤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길목에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것 같다.

 

 




6코스 시작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하천 옆에 설치된 목제 데크 길을 걸으니 화산 활동에서 생겨난 암석들로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 지형을 만든 쇠소깍(소가 모여 있는 마을의 연못과 하구)을 만났다.


쇠소깍은 기암괴석, 울창한 송림,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하천 지형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용암 지대에 오랜 기간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면서 침식 작용을 하면서 지금의 멋진 지형을 만든 것 같다. 신비한 지형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제주시 용담처럼 이곳을 용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쇠소깍에는 마침 날씨가 더워 제주도 전통 배인 태우를 타거나 카누 배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해변 가까이에도 탁 트인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을 보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해변 쉼터에는 조선 시대 왕에게 진상했던 효돈 감귤의 내력이 실린 큼직한 안내판이 서 있었다.

 

 




우리 일행은 쉴 틈도 없이 해변 도로 옆에 있는 올레길을 따라나섰다 올레길은 왼쪽으로 해변을 끼고 차도를 따라 이어졌다. 화창한 날씨에 한라산 모습이 선명했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색깔도 더욱 빛났다.

 

 




하효항을 지나니 올레길은 더욱 좁아져 차량이 통행할 때마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좁은 길을 벗어나 낮은 언덕을 오르니 바닷가 쪽으로 돌출한 지형을 만났다. 게우지코지이다. 게우지코지는 바닷가에 전복 내장(게옷) 모양으로 불쑥 튀어나온 지형으로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주변에 아름다운 기암 때문에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게우지코지 앞바다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두 암석은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돌’을 합쳐 ‘생이돌’로 불린다. 실제 이곳에서는 바다 철새들이 자주 찾아와 배설을 남겨 바위에 하얀 자국이 많이 묻어 나와 있었다.


올레길을 계속 걸어가자 바다 쪽으로 섶섬과 육지 쪽으로 제지기 오름이 보였다. 보복 포구 방파제에 거의 다다르자 올레길은 차도를 따라 제지기 오름으로 안내했다.

 

 




제지기 오름은 표고가 100미터가 안 되지만 가파른 계단 길로 올라가야 했다. 정상에 오르자 섶섬과 서귀포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제지기 오름에서 바라보는 서귀포 시내는 가끔 높은 건물이 눈에 띄지만, 건물들은 대체로 숲에 가려 있어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제지기 오름에서 내려오니 보목 포구이다 보목 포구도 제주의 여느 포구처럼 아담하고 평온하다. 포구 앞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목에 한기팔 시인이 쓴 『보목리 사람들』이라는 시비 마지막 구절에 “세상에 태어나 한번 맛나게 사는 거 보려거든 이 나라의 남 끝 동네 보목리에 와서 보면 그걸 안다”라고 쓰여 있어 인상적이었다.

 

 




해안 도로를 가다 보니 거북 머리와 꼬리를 닮아 구두미(龜頭尾)라고 불리는 작은 포구를 만났다. 포구를 지나가는 길가에 섶섬지기라는 카페를 만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올레길에서는 내내 섶섬을 마주 보고 걸었다.


올레길 돌담에는 제주 해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린 벽화가 있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주름져 나이 들어 보이나 해산물을 움켜쥐고 환하게 웃는 그림이 제주 해녀들의 강건한 삶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올레길은 구두미 포구 마을을 지나자 숲속 해안 길로 다시 이어졌다. 숲길을 걷다 보니 소천지(小天池)라는 안내판이 있어 바다 쪽으로 내려갔다. 검은 현무암 암석들이 백두산 천지 모양을 축소한 듯 둘러싸여 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소천지에 한라산에 투영된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라와 백두가 만나는 셈인데 날씨와 시간 때문에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니 바닷가에 검은 현무암이 넓게 펼쳐지는 제주 특유의 검은 여 지형이 나왔다. 다시 조그만 숲속 길로 접어드니 앞바다가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에 이르렀다. 주변 카페에서 만든 의자에 앉아서 바다 풍경을 보면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숲속 해안 길을 계속 따라가니 여기저기서 물이 흘러내렸다. 가파른 길에 오르니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 아래로 내려가 보니 작고 아담한 소정방 폭포가 있었다. 폭포 높이는 6~7미터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시원하게 물줄기를 품어냈다.

 

 




소정방 폭포를 지나다 보니 다소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소라 뿔 모양 형태의 소라성이다. 소라성 건물은 지은 지 50년이 넘어 낡은 데다 지금은 수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소라성은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좋아 서귀포 사람들이 자주 찾았던 명소였다고 한다.

 

 




소라성을 돌자마자 정방 폭포 입구가 나왔다. 시간이 없어 폭포 쪽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폭포수가 바로 바다로 시원하게 떨어졌던 과거의 기억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


폭포 입구 주차장을 벗어나니 돌로 된 중국식 석문이 보였다 서복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한쪽에는 중국풍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길 양쪽 돌벽에는 중국풍 도인들이 조각되어 있어 낯설어 보였다.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 대규모 공원과 전시관을 조성한 것 같은데 주변에는 중국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서복 전시관과 공원을 보니 오래전에 방문했던 중국 산둥성 석도의 장보고 테마공원이 생각났다.


석도의 장보고 공원은 장보고 유적이 남아있었던 것이 아니라 장보고가 그곳에 머물렀다는 기록을 실마리로 삼아 대규모 테마공원이 조성된 곳이다. 서귀포의 서복 전시관도 서복이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기 위해 한라산에 가다가 정방 폭포에 이름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근거로 삼아 조성되었다.


석도의 장보고 테마공원은 한국 사람을 위해 법화사라는 대형 사찰을, 중국 사람을 위해서는 대형 관음보살상 분수가 설치되어 있었다. 석도 테마공원을 찾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에게 나름대로 볼거리를 충족시켜줬던 것 같았으나 서귀포 서복 전시관을 찾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서복 전시관에서 나오니 본격적으로 서귀포 시내로 들어섰다. 올레길은 소암 전시관을 지나 서귀포초등학교를 지나 서귀 진성에 도달했다. 진성에 오르니서귀포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올레길은 이중섭 거리를 지나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으로 연결된다.

이중섭 거리에는 이중섭 가족이 한국전쟁 당시 거주했던 초가집과 이중섭 기념 미술관이 있다. 천재 화가 이중섭은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과 함께 서귀포로 피난해와 1년여를 살았다. 

 

 

 

 

 

화가 부부와 두 아들은 1.4평의 작은 방에서 부대끼며 살았으나 가족들과 떨어진 시간이 많았던 화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그렸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피난 시절에도 불구하고 평온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이미 올레시장을 이미 섭렵했기 때문에 숙소이자 6코스 종점인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로 바로 갔다.


제주 올레 6코스는 길지 않은 데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제지기 오름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귀두미 포구에서 소라성에 이르는 해안 숲길은 풍경이 뛰어났다. 이 길은 걷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도보여행의 묘미를 더해 주었다. 서귀포에 들러 사람들이 붐비는 곳 말고 한적한 곳에서 산책을 원한다면 이 길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2019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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