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부동산 이야기] 대항력이 있다면서 확정일자는 왜 필요한거야?

공인중개사의 부동산 이야기

[공인중개사 부동산 이야기] 대항력이 있다면서 확정일자는 왜 필요한거야?

가인공인중개사 / 객원기자(전문기고인)

오늘은 대항력과 확정일자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주택 임대차 계약을 한 후 입주를 하고 동사무소에 입주신고를 하면 흔히 대항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를 법률적인 용어로 하자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때 익일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고 표현합니다.


대항력이란 문자 그대로 대항할 수 있는 권리 혹은 권능을 말합니다. 집주인이 누구로 바뀌든 상관없이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 만큼 계약된 주택에 거주할 권리, 그리고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 전에는 계속 그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확정일자를 또 받으라고 합니다.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때 익일 0시부터' 이렇게 대항력이 발생하는 싯점이 명백히 정해져 있음에도, 다시 확정일자를 받으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대항력의 발생싯점과 확정일자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사실 임차 중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대항력만으로 충분합니다. 확정일자와 관계없이 나는 계속해서 다음 집주인이 누가 되든 계약기간까지 거주하고 보증금을 모두 받아 퇴거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문제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될 때입니다.

 

 

임차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대항력은 남아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리의 두 가지 성질, 즉 물권적 권리와 채권적 권리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물권적 권리는 세상 사람 누구에 대해서는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면 소유권이 그렇습니다. 내가 어떤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어느 누구에게나 '이 주택은 내 것이야'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물권적 권리입니다.


반면 채권적 권리는 특정인에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택소유자 A와 금전소유자 B가 A의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맺었다 가정해봅시다. 이 때 B는 A에게 주택을 인도받을 권리가 생겨납니다. 반면 A는 B에게 매매대금을 받을 권리가 생겨나지요. 하지만 A와 B를 제외한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네요, 이것은 채권적 권리입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까지 임차권은 물권적 권리의 성질을 띠게 됩니다. 즉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집주인이 바뀌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내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여전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물권적 권리로 남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채권적 권리로 성질이 변하게 됩니다. 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보다 앞에 채권적 권리를 가진 권리자가 없으면 경매로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내 임차권의 물권적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경우에는 별로 걱정할 거리가 없습니다. 나는 여전히 계약된 기간만큼 거주하고 보증금을 받고 난 후 퇴거할 권리를 갖습니다.


하지만 나보다 앞에 채권적 권리를 가진 자가 있으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내 앞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경우입니다. 이 때는 내 임차권이 채권적 권리로 바뀌어 버립니다. 나보다 후순위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새로운 경락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 나는 오직 배당순위에 의해 배당을 받고 집을 비워줘야만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이 때는 배당순위가 중요해집니다. 경락금은 배당순위에 따라 배당됩니다. 배당순위가 뒤로 밀리면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배당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근저당권 설정일, 임차인의 확정일자 등입니다. 이제 확정일자가 중요해졌군요. 네, 뒤로 밀리면 안됩니다. 확정일자가 없으면 완전히 뒤로 밀려 버리겠죠.


내 앞에 채권적 권리를 가진 자가 없더라도 대항력을 가진 여러 임차인이 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뒤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낙찰금으로 보증금을 돌려받는 순위에 있어 낙찰금이 보증금의 합보다 작게 되면, 확정일자 순위에 따라 먼저 보증금을 돌려줍니다. 그리고 모자란 금액은 낙찰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서가 늦어지죠. 어쨋든 선순위 채권자가 없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는 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지 않거나,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내 앞에 선순위 채권적 권리(근저당과 같은)가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임차인의 대항력은 유지되지만, 경매에 넘어가고 내 앞에 채권적 권리가 설정되어 있으면, 내 대항력은 사라지고 순서에 따라 배당을 받는 채권자의 지위로 떨어진다.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도대체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를 받지 않을 이유가 뭘까요? 확정일자의 위력을 실험해보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면 그냥 확정일자를 받으면 됩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그냥 한 몸처럼 생각하고 무조건 같이 확보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자기 재산 지키기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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