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비밀일기(6)
중개보수가 아니더라도 사실 좀 혼란이 있었다. 이 곳에서도 근린생활 시설로 된 주거시설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다른 공인중개사들이 주거용 근린생활 시설 중개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공인중개사는 주거용 계약서로 계약을 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중개사는 비주거용 계약서로 계약을 했다.
친해진 몇몇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해서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물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느 중개사는 건축물 대장이 우선이니까, 비주거용으로 쓰는 것이 맞다고 했다. 어느 중개사는 현실적으로 주거하고 있으므로 주거용으로 쓰는 것이 맞다고 했다. 양측 모두 확신이 있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드디어 생각했던 바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공인중개사 협회 법률자문팀에 전화로 질의를 했던 것.
전화를 받으신 분은 아마도 변호사이지 싶었다. 그 분께 지금도 감사한다. 확실한 설명과 조언이 있었다. 그 설명과 조언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은 양쪽 모두 옳다는 것이었다. 모두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는 것. 다만 주거용으로 작성을 하게 되면 중개보수는 주거용에 맞춰 받는 것이 맞다고 했다. 비주거용, 그러니까 0.9%의 중개보수를 받기 원하면 비주거용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질문을 했다. 정말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즉, 주거용 근린시설의 중개보수는 주거용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 것인지, 혹은 근린시설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지, 이것은 곧 어느 계약서로 작성을 해야 하는지의 질문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주거용으로 작성하고 주거용 중개보수를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혹은 비주거용으로 작성하고 비주거용 중개보수를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그 분의 답이 이어졌다.
"비주거용으로 받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없다. 건축물 대장 기준이라는 절대적인 원칙은 항상 옳다. 하지만 주거용 근린시설, 즉 고시원이나, 불법건축물의 원룸 등에서 입주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냐. 혹은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들이거나. 이런 사람들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전화주신 분의 연세를 보니 이미 정년을 하셨지 싶다. 정년 후에 공인중개사를 하면서 직업을 갖는 것이 그 자체로 얼마나 좋은 일이냐. 젊은 사람들에게 배려해준다는 생각으로 판단을 하면 쉬울 것 같다.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건강 잘 유지하면서 살자."
이것이 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 판단을 하는지의 문제였던 것이고, 그 답을 찾는 것은 공인중개사 각자의 몫이었던 것.
공인중개사 협회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아는 바가 없고, 회원들의 요구에 잘 부응하는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서는 더 더욱 그렇다. 다만 그날 협회를 통해 들었던 그 답변은 내게 너무 와 닿는 것이어서, 일단 공인중개사 협회에 대해 약간의 플러스의 점수를 주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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