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단계적 퇴출이라고? 정말? (중)

원전의 단계적 퇴출이라고? 정말? (중)

조광태 / 전임기자

사실은 여기에 원전을 둘러싼 벨기에의 고민이 있다. 그리고 이 고민은 원전을 둘러싼 대부분 유럽국가들의 그것이랄 수 있다.


56개의 원자력 반응로를 보유하고 있는 원전부자인 프랑스만 해도, 한동안 점진적인 탈원전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원전의 증강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상태다.


지난 2월 마크롱 정부는 2035년부터 노후 원자로의 교체를 위해 최소 6기의 차세대 유럽식 가압수형 원자로(Pressurized water reactor)에 52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계획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로써 언감생심 원전탈피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뿐만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원전이 40년의 수명을 넘어 50년, 가능하다면 60년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가 있는데, 이 정도면 지난 2020년 프랑스 북동부의 페센하임(Fessenheim) 원자력 폐쇄를 지지했던 그 마크롱이 맞나 싶을 정도다. 원자력 폐쇄 지지발언으로 두고 두고 비난을 받았던 것이 상처가 되었던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원전 퇴출의 분위기 속에서 건설 전문가들이 거의 사라진 탓에, 프랑스는 이제 오히려 원전 건설에 따른 인력부족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북부 빵리(Penly) 지역에 계획되고 있는 두 기의 새 원자로 건설에만 약 8천여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다. 새로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최소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럽에서 원전의 증강은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다. 영국은 현재 건설중인 원전에 또 하나를 추가하기 위해 200억파운드의 투자계획을 밝힌 상태다. 더하여 오는 2050년까지 자국 전기 수요량의 25%에 해당하는 24기가와트까지 원전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아래 구체적인 개요짜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원전퇴출 노력에 가장 실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사실 원전퇴출에 관한 한 독일은 우리나라나 벨기에의 대선배격이랄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원전가동에 나섰던 독일의 경우 이미 지난 2002년 원전 완전퇴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당시 메르켈 총리가 올 2022년 연말까지 원전 완전퇴출을 다시 한 번 표방한 전력이 있다. 그리고 독일은 이를 비교적 잘 실천해왔다.


그동안 독일은 5개의 원전 중에서 3개를 가동중단한데 이어 올 연말까지 나머지 두 개를 마저 가동중단한다는 계획을 진행시켰으나 최근 이를 번복했다. 적어도 내년 4월까지는 가동을 연장하겠다는 것.


독일의 가동연장 계획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가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운 겨울을 날 수는 없다는 것.

 

독일은 논외로 하더라도, 벨기에가 원전을 유지하고, 프랑스, 영국이 대 놓고 원전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데에는 러시아의 천연공급 축소가 좋은 구실이 되었음직 하다. 물론 이것만으로 원전확대의 논리적 근거로는 부족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단기적이라면, 이들의 원전 계획은 적어도 2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 포스트' 매체에 기고된 글입니다. '비즈니스 포스트'에 게시된 기사는 매체 편집진에 의해 다소의 편집이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곳에는 원본기사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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