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반도체 전쟁,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중)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투자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520억 달러 투자지원 법안에 서명하자마자 하원의장 펠로시가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을 만났다. 무슨 얘기가 오갔을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 주에 대만의 TSMC, 택사스 주에 한국의 삼성전자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7나노급 공정에서 파운드리를 포기했던 인텔이 애리조나에 2나노급 제조공정을 목표로 공장설립에 나서자 미국 정부가 대폭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반도체 산업을 자국의 국가안보 전략과도 연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유일의 EUV 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로 하여금 중국에 장비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둔 상태다. 반도체가 단순히 시장경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해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미국, 캐나다, 맥시코 3국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아시아에서 북미로 옮겨오겠다는 구상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기술력, 멕시코의 노동력 등을 활용하고 여기에 일본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술, 대만의 제조능력을 결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얘기는 없다.
일본은 구마모토에 TSMC 공장을 유치하면서 최대 4760억 엔을 지원하는데 이는 공장건설에 투입되는 약 1조1천억 엔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근에는 TSMC가 그간 부인해오던 제2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일본은 TSMC를 이용해 기존의 40나노급 생산국에서 10나노급 생산국으로 빠른 도약을 기획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해 일본의 8개 기업이 래피더스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기업의 목표는 2027년까지 2나노급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하는 것이다. 기존의 반도체 업체들 외에 도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등과 같은 기업들이 합류함으로써 반도체 전후방 산업이 동시참여하는 총력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 TSMC의 보유국으로서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자국의 생존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반도체’라고 스스로 언급할 정도다.
차세대 메모리인 자기저항메모리(MRAM) 개발지원, 정부 주도하의 안정적 전력공급망 구축, 과학단지 건립,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66% 가량이 반도체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사활을 건 국가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말 이른바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폭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올해 다시 개정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 특혜론을 들어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쉽게 법안통과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K-칩스법이 주로 세액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안타깝다. 몇 가지 부수적 법안이 있다지만 구색 갖추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비즈시느 포스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비즈니스 포스트의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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