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입양하는 완벽한 방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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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입양하는 완벽한 방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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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입양하는 완벽한 방법

 


 

 

저는 한번 버려진 뒤, 입양된 강아지입니다.

 

이름은 금동이, 2018, 두살을 갓 넘기고 버려져 새해에는 다섯 살이 됩니다. 바뀐 집주인 성에 따르면 '조금동'입니다. 이름의 의미는 '금색 동글이'라고 하네요. 사람식 나이로 계산하면, 서른 살이 훌쩍 넘습니다.

 

어리다고요? 천만에요.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긴 만큼, 산전수전 다 겪었지요. 이 고비를 겨우 넘기면서 새 생일도 생겼고요. 저희들에게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드문 일도 아닙니다. 새로 생긴 주민등록은 201859일입니다. 아직까지는 생일에 제법 사랑을 받습니다.

 

함께 버려진 금동이와 은동이

 

제가 입양기 전, 그러니까 2018년에 저와, 함께 살던 '은동이'는 캔넬에 담겨 같은 관리 센터로 왔습니다. 정말 까마득한 기억입니다. 그 사연은 잘 모르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은 절망적인 이별이었습니다. 밥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캔넬 속에서 울다 지쳐 잠들면, 다른 친구들의 울음소리에 깨어나고, 다시 머리를 제 이름표가 붙었던 앞발 속에 묻고 지냈습니다. 옛 주인의 향취가 아직 남아있었지요. 그러다가 간혹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오면 저희는 일제히 일어나 컹컹 울어대며, 철망에 머리를 비벼 봅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의 이름이 불리거나, 문이 닫히면 금방 포기합니다. 특히 나이 친구들은 고개만 들었다가 곧 다시 숙이지요. 그곳에서 저는 짧은 기간에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었습니다.

 

먼저 은동이입니다. 다행히 은동이는 저보다 먼저 이곳을 떠났습니다. 2년동안 한집에서 먹고, 자고 뛰놀았던 식구였는데, 그저 뒷모습만 바라보는 이별이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떠나서 다행입니다. 그날은 정말 밥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잘 살고 있기를 빕니다.

 

저보다 늦게 온 옆 방 친구는 제법 나이도 들었습니다. 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발견되어 이곳으로 왔다지요. 그런데 다리를 절고 있습니다. 다리를 절뚝여서 버려졌는지, 버려져서 다리를 다쳤는지는 끝끝내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한밤중에 불빛만 번쩍번쩍 지나가는 강변에서 혼자 고생 좀 했나 봅니다. 온 몸에 덤불이 묻어 있었고, 고양이 밥에도 익숙한 듯 합니다. 그래도 예방주사를 수 차례 맞았고, 미용을 위한 염색 흔적은 군데군데 남아 옛 사랑의 상처로 남아있었지요. 그리고 이미 늙거나, 너무 덩치가 큰 친구들은 방문객이 없어도, 어느 순간 방을 비웁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 좋은 곳으로 떠났을 것입니다.

 

목넘이 마을의 전설

 

이곳에서 저는 우리 세계에서 전설적인 영웅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목넘이 마을에서 온 '신둥이'라고, 이제는 신화처럼 떠도는 까마득한 조상입니다.

 

아주 먼 일제시대, 주인이 서북 간도로 떠나면서 홀로 내쳐졌지만, 방앗간 쌀겨를 핥아 먹으면서 홀로 모험을 해 '목넘이 마을' 인근 야산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정착 과정이 너무 놀랍습니다.

 

당시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일년에 한두번도 고기를 먹기 힘든 시절이라고 합니다. "처녀가 열무에 오조밥을 먹으면, 젖이 난다"는 말이 있던 시절이니 얼마나 궁핍했겠습니까. 그래서 신둥이는 사냥감으로 물레방앗간에서 포위가 되었답니다. 동네 사람들이 온통 몽둥이를 들고, 횃불을 밝히며 포위했던 순간, 한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길을 터주었다고 합니다.

 

바로 신둥이가 새끼를 배었다는 사실을 알아본 것이지요. '짐승이라도 차마'라고 할아버지는 되뇌이면서, 길을 터주었고, 그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욕을 엄청 먹었다고 합니다. 신둥이는 탈출에 성공해서 새끼를 낳아, 우리 땅 곳곳에 후손을 남겼지요.

 

우리는 두런두런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혹시 모를 새 주인을 기다립니다. 옆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저는 점점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은동이가 부럽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양이 이루어지다

 

그러던 59일 오후입니다. 젊은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웃는 모습이 밝아 보입니다. 그리고 옆자리를 들러 보기에 이번에도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금동이'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철망을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의 가슴 철렁 내려앉는 놀라움이라니.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저는 벌떡 일어나서 창살을 부술 듯한 기세로 머리를 들이밀었습니다.

 

젊은 여자주인이 저와 첫 만남의 순간을 기념하여 찍어준 사진입니다. 

 

문을 따고, 저를 안아주더군요. 향수 냄새가 은은히 풍기고, 저는 그 여자에게 단번에 반해 버렸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채취입니다. 이렇게 새 인연을 맺었습니다. 바깥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저는 덩치가 제법 큰 편입니다. 젊은 여성은 제가 잘 감당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결국 전화를 하고, 한 아주머니 차에 탔습니다. 그 낯빛이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 접하는 장소에서는 무엇보다 '쉬야'를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주머니 차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낯빛이 더욱 굳어집니다. 아파트입니다. 생각보다 식구가 많습니다. 어린 꼬마와 고등학생 아이가 뛰어나와 마구 반겨주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손 끝으로 화장실을 가리키고, 젊은 여자는 저를 목욕탕으로 데려가더군요.

 

저는 너무나도 흥분했습니다. 깨끗하게 씻긴 상태로, 조용히 한쪽에 누워, 주는 밥과 물을 먹고, 얌전히 잠을 청했다면, 주인 아주머니의 타박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첫날이니까 인사치레 겸 간식도 사양하고요. 사실 간식 타령할 처지도 아니지요.

 

새 식구를 맞을 준비는?

 

하지만 저에게는 무엇보다 본능적 과제가 있습니다. 제 영역 표시입니다. 일단 벽의 커튼으로 가서 한 다리를 걸치고 오줌을 누은 뒤, 소파 한 쪽에 대변도 보았습니다. 영역 표시는 대소변을 서너 차례 나누어 보면서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됩니다. 방해하시면 저를 부정하는 것이지요. 모든 의식을 마치면, 진저리를 쳐서 몸을 털어냅니다. 마침 목욕도 했고 하니까, 물과 털이 분수처럼 거실에 흩어져 저를 축복하지요.

 

한동안 멍하던 아주머니가 제 의식에 깊이 감동했는지 새 식탁이 차려집니다. 먹어도 되는지, 알아보려고 툭툭 건드리다가 전부 쏟아버렸습니다. 무성의하게도 일회용 플라스틱 밥그릇입니다. 더구나 10개월 미만의 유견식입니다. 저라고 주는대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새 식구를 맞을 준비는 거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꼬마가 주는 간식만 허겁지겁 먹어댔습니다.

 

커튼과 이불을 빠는 대청소를 하고, 비닐과 위생장갑을 들고, 그림자처럼 저를 쫓아다니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정말 어둡습니다. 롤 클리너까지 등장하고. 저희와는 처음 살아보는 '초짜'인가 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것인지, 문득 불안감이 덮칩니다. 젊은 여인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고요.

 

한동안 갇혀 지낸 저는 그날 하루, 온 집안을 마구 뛰어다녔습니다. 다행히 꼬마 아이가 저를 너무 좋아하는 덕분에, 묶이지는 않았지요. 시간이 더 지나니 아저씨가 들어옵니다. 저는 덩치는 크지만, 겁은 많습니다. 그리고 무서울수록, 감추기 위해서 으르렁댑니다. 특히 초면에는. 이렇게 아저씨처럼 딱딱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이 아저씨 역시, 우리와는 처음인가 봅니다. 젊은 여자의 눈치를 보면서, 저를 어색하게나마 안아 주려 노력하지만, 이후에는 꼭 화장실에서 손을 닦습니다. 이럴거면 센터에 두던지, 정말이지, 이 집도 곧 나가야 되는 거는 아닌지.

 

남은 이야기는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이 게시물은 청원닷컴님에 의해 2021-01-21 00:19:01 독자 투고 기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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