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이로운 소문과 현실의 정치인
| 경이로운 소문과 현실의 정치인 |
소문은 물론 중의적이다.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을 둘러싼 소문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쉽다.
이 드라마가 이제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제작사는 드라마 작가를 교체했다. 더 좋은 결말을 맺기 위해서라는 합의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말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그 사정을 헤아리기는 어렵다.
드라마는 지금까지 좋은 전개를 보였다. 탄탄한 구성, 흥미로운 이야기 풀이, 적절한 감성에의 호소, 모든 것이 좋았다. 그런데 더 좋은 결말이라니. 드라마 작가는 원래 중반까지만 좋은 구성을 보이는 그런 작가였던가? 원래 결말을 잘 맺지 못하던 작가였던가?
사실 저승사자라는 소재는 이미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소재다. ‘도깨비’가 있었고 ‘신과 함께’가 있었다. 그리고도 무수히 많은 웹툰 작가들이 이 소재를 마르고 닳도록 끄집어 냈다. 자칫 진부할만큼 진부할 수 있는 소재라는 뜻이다.
이 드라마는 신명휘라는 정치인 캐릭터를 결합함으로써 소재의 진부함을 벗어났다.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 정치인과 그 정치인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정략적 음모내지는 주변 이야기들 또한 그 자체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저승사자라는 독특한 소재와 결합함으로써 또 하나의 참신한 얘기거리가 됐다. 원작가의 아이디어이든, 드라마 작가의 아이디어이든 흠잡을 데가 없다.
드라마의 정치인을 현실의 정치인과 대입시켜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청취자들의 버릇이다.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하지만 드라마 이후의 얘깃거리로도 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의 정치인과 비슷한 현실 정치인이 실재한다면, 얘깃거리는 더욱 풍성해질 수 밖에 없다. 드라마의 속성이다. 뒷얘기가 풍성할수록 드라마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다.
드라마 작가가 교체된 지금, 현실의 정치인 이야기는 소리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대신 악귀 신명휘가 자리를 잡았다. 드라마는 저승사자와 잡귀의 싸움이라는 진부한 소재로 회귀했다. ‘결계’라는 새로운 처방 역시 진부한 저승사자 이야기의 범주 안에 갇혀있는 작은 소재거리일 뿐이다. 드라마 작가가 저승사자와 현실정치인을 의도적으로 분리했다고 의심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에는 무리가 없다.
원래 소문이 있었다. 드라마 속의 신명휘와 딱 들어맞는 현실정치인이 존재한다는 그런 소문이 있었다. 심지어 신명휘는 그 정치인을 모델로 했다는 그런 얘기까지 SNS 상에 나돌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이고 얘깃거리일 뿐이다. 드라마에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에 불과했다.
다른 소문이 생겨났다. 드라마 작가가 교체된 것은 현실의 정치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소문이다. 현실의 정치인이 불편했을 것이라는 판단은 당연하지만 이 또한 소문이고 뒷받침할만한 증거같은 것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심증이 생겨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작가가 교체되고, 현실의 정치인은 사라졌다. 삼류 드라마 같은 신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정치인이 아닌 악귀 신명휘와의 싸움이 돼버렸다. 사회적 부조리와 싸워 이기는 권선징악의 주제는 악귀 개인과 싸우는 왜소한 권선징악의 주제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주요한 요소는 재미다. 참신함은 재미의 주요한 요소이다. 가끔은 현실적 사회와의 결합내지는 풍자가 재미의 맛을 더해준다. 이 점에서 ‘경이로운 소문’은 이미 재미를 상실했다. 드라마로 밥벌이를 하는 제작사나 작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재미없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치인 신명휘는 드라마에서 발을 뺏지만, 발을 빼고 나니 소문은 더 무성해졌다. 왜 그랬을까? 드라마는 왜 하필 재미가 덜한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을까? 지금부터 진짜 ‘경이로운 소문’이 SNS를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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