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검찰 총장, 국제 형사 재판 가능할까?
윤석렬 검찰 총장, 국제 형사 재판 가능할까?
범죄의 종류및 국내 재판 불가능 입증이 관건
국내 고발등 사전적 입증노력 병행되어야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국제 형사 재판이 가능할지의 여부에 대해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18일(한국일자) 영국에 거주하는 변호사 김인수 씨는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국제 형사재판소(ICC)로부터 고발장 확인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인수 변호사는 지난 11월 8일 윤석렬 검찰총장과 서울 지검 검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ICC에 접수했다고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언급한 바 있다.
과연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국제 형법재판이 가능할까? 재판이 가능하다면 실제 유죄판결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만약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형 집행은 가능할까?
이 중 가장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것은 세 번째이다.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형 집행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3월 8일부로 ICC의 관련조약인 로마규정(Rome Statute)에 서명한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ICC의 판결은 실질적인 집행력을 갖는다.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형 집행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난 2018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알프레드 테카톰(Alfred Tekatom)은 ICC에 의해 반인도적 범죄및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는데 같은 해 11월 11일 ICC는 피고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또한 2018년 12월 7일에는 또 다른 피고인 패트리스 에도우아드 느가이소나(Patrice-Edouard Ngainssona)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 같은 달 12일 프랑스 정부가 그를 체포하기도 했다. 이 둘은 그 후 모두 구속되었다.
문제는 재판 자체가 가능할지의 여부이다. ICC가 재판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두가지 요건에 맞아야 한다. 그 중 첫째는 범죄의 종류에 관한 것이다. ICC가 재판에 관여하는 범죄의 종류는 크게 로마규정 제 5조부터 8조 사이에 나열되어 있는 네가지이다. 즉 인종학살, 반 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이 그것.
이 네가지 중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재판이 가능한 것은 반 인도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는데 ICC는 이 범죄를 다시 아홉 항목으로 나누고 있다. ICC는 이 범죄를 “여하의 국민에 대한 전방위적(widespread)이고 체계적(systematinc)인 공격의 일부로서 행해지는 행동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감금, 노예화, 고문, 강간, 기타 성적인 폭력, 인종차별, 강요된 유괴, 그리고 살인 등의 아홉가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와 관련, 위의 9가지 중에서 해당가능 한 범죄는 감금 혹은 고문 정도일 것으로 판단된다. 감금과 관련, ‘전방위임’과 ‘체계적임’에 대한 입증은 고발인 측이 일개 개인에게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100여회의 압수 수색, 그리고 검찰이라는 ‘조직’에 의한 행위라는 점을 그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감금’의 경우, 압수수색과정이 어쨌든 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는 점에서 국내법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100여차례의 압수수색이 전방위적이고 체계적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영장을 발부한 법원 또한 공모관계에 있어야 하는데, 이의 입증이 쉽지는 않다.
때문에 고발인측은 감금보다는 ‘고문’ 쪽에 무게를 두어 고발을 진행해나갈 공산이 있다. 고발인의 입장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 동생의 수술과 관련, 검사가 병원을 방문한 후 수술이 불발되었다는” 동생의 지인이 했던 발언 등을 고문의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뇌수술 휴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경심 교수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장시간 검찰조사도 고문의 근거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까지가 고발인 김인수 변호사가 넘어야할 일차 관문이다. 일차 관문을 넘어 ICC가 이를 ICC가 인정하는 범죄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ICC의 재판은 해당 재판이 자국 내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즉 이 재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윤석렬 총장과 해당 검사들을 피고로 하는 국내 재판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ICC에 의해 받아들여져야만 하는 것.
우리나라의 검찰제도를 생각하면 일견 이 입증은 간단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형사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고 있고,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여기에도 어려움은 있다.
검찰의 수사권보유와 기소권 독점이 윤석렬 총장과 해당 검사들에 대한 재판부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CC 입장에서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총장 및 해당 검사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ICC가 우리나라 검찰의 관행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국 내에서 충분히 재판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결론내릴 가능성도 크다.
어찌 보면 이 점은 ICC 재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발인측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비록 검찰총장이나 검사라 하더라도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국내법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관행이 아닌 실질상으로 처벌이 불가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ICC 제소 대상자, 즉 윤총장과 검사들을 먼저 국내에서 실제 고발하는 방법이다. 만약 고발이 받아들여져 국내법으로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ICC 제소 자체가 불필요한 상황이 되겠지만, 고발 건에 대해 검찰이 어떤 명분으로든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를 근거로 ICC 측에 국내 재판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함을 호소할 수 있다.
고발을 하더라도 검찰측의 제식구 감싸기 관행으로 재판진행이 어렵다고 ICC 측에 호소하는 것과, 고발을 단행하고 수사나 기소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를 보이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ICC 재판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준비는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여기까지가 고비이다. 만약 재판이 진행된다면, 그 때부터의 결과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ICC 자체가 국가적 이해관계를 떠나 있는 만큼, 재판에 정치적 역학관계나 외교적 입장 같은 것이 얽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ICC 검사는 접수된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판 자체는 매우 심도있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접수 자체는 이미 어느 정도 ICC가 재판의 당위성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재판 당사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예상된다.
더욱이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피소 당사자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재판 과정이 세계 여론을 통해 알려질 것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재판의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제소자로서는 상당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ICC 제소는 범죄의 종류 및 국내 재판 불가능성 이라는 두가지를 인정받는데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충실한 입증노력으로 재판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국내 검찰이 받는 타격은 감당키 어려울만큼의 메가 폭풍급이 될 수도 있다. 이의 입증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윤총장을 비롯, 고발대상 검사들에 대한 사전고발 등의 입증노력이 같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c) 청원닷컴,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공자에게 드리는 광고공간]